'돌려막는 빚' 317조원, 눈덩이 가계부채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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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며 금융규제를 완화한 결과 우려했던 가계부채 급증이 현실화했다. 가계부채의 3대 뇌관 중 하나인 다중부채도 증가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채무 질도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란 말만 되풀이할 뿐 별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가계부채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합리화 이후 가계대출 동향’이 담긴 업무보고를 했다. 가계대출은 8월과 9월에 각각 5조5000억원씩 늘었다. 작년 같은 달 증가치가 8월 4조1000억원, 9월 2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속도가 빠르다. 업권별로는 비은행권에서만 2조7000억원이 나갔고, 주택구입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기타대출이 1조7000억원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07년 665조원에서 지난해 1021조원, 올해 6월 말 1040조원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 중 11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돌려막는 빚’을 일컫는 다중채무는 317조원을 넘어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다중채무자는 328만명, 대출잔액은 31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말과 비교하면 다중채무자 수는 3.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채무액은 12.5% 급증한 것이다. 1인당 채무액도 같은 기간 8870만원에서 9670만원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엔 1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중채무자는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등 세 곳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말한다. 특히 이들이 빌린 돈 중 제2금융권 비중은 2010년 말 45.6%(128조5000억원)에서 올해 51.3%(162조8000억원)로 높아졌다. 김 의원은 “다중채무자가 은행에서 밀려나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무 불이행과 관련된 각종 지표는 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 부동산담보 경매신청 건수는 지난해 8996건(청구액 1조65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09년 1만249건(1조6004억원)에서 2011년 7312건(1조2360억원)으로 줄었다가 증가세로 반전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신청자도 같은 패턴을 보이며 지난해 9만7139명을 기록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가계부채의 질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지만 실제로 국민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를 합리화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규제 합리화에 따른 대출여력 증가와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고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분석하며 “가계대출이 비은행·신용대출에서 은행·주택담보대출로 이동해 대출구조 개선과 이자부담 경감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가계부채는 금융기관이 버티느냐, 사람이 버티느냐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사람 쪽에 더 빨리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가 부채 늪에 빠져 소비를 못하는 상황인데 당국은 금융기관이 버틸 수 있느냐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계가 소비를 못하면 결국 경기 활성화란 정책 목표도 이룰 수 없다”면서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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