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EF 단골 먹잇감된 외식업…어떤 매력이 있길래 - Chosunbiz - 프리미엄 경제 파워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4102400394&related_m_all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들의 투자가 ‘먹고 마시는’ 업종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 버블티 브랜드 공차코리아가 유니슨캐피탈에 약 340억원 규모에 매각된 데 이어 여의도에 본점을 두고 있는 쇠고기전문점 창고43도 씨티벤처캐피탈인터내셔널(CVCI)에 약 140억원에 인수됐다.
이 밖에도 분식체인인 스쿨푸드를 운영하는 SF이노베이션 등 다른 유명 외식업체 몇 곳도 PEF를 대상으로 투자유치 또는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와 내수부진 등으로 인해 제조업을 비롯한 대다수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식음료업종은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어 PEF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 올들어 더 뜨거워진 외식업 투자…경기둔화에 오히려 관심 커져
PEF업계의 외식업체 인수는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부대찌개로 유명한 놀부NBG가 모건스탠리PE에 인수돼 화제가 됐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국내 첫 토종 PEF인 보고펀드가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했다.
PEF에 인수된 이후 놀부와 버거킹이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면서 외식업계에 대한 PEF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6월 BHC치킨이 CVCI에 약 1200억원에 매각됐고, 할리스커피는 IMM에 400억원에 팔렸다.
올들어 PEF의 외식업 투자는 더욱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수제햄버거체인인 크라제버거가 나우IB에 인수됐고, 5월에는 두산그룹이 KFC코리아를 CVC캐피탈파트너스에 매각했다. 공차코리아와 창고43 등을 포함해 올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PEF업체의 식음료업체 인수합병(M&A), 투자는 10여건에 이른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부진이 심화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PEF들이 잇따라 외식업체 인수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씨앤엠(C&M) 매각을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와 같이 여러 PEF가 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수익성이 검증된 외식업체는 매각도 상대적으로 수월해 PEF의 관심이 더욱 커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업계 경험 적어도 기업체질 개선 상대적으로 쉬워
PEF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PEF 운용인력들이 경영권 인수 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외식업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많은 국내 PEF들이 ‘입질’을 했던 IT나 바이오 등 여러 제조업종들은 기술이나 업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펀드 내 운용인력이 부족해 투자에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외식업의 경우 주로 신규 서비스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어 주로 재무 관련 능력을 갖춘 PEF 인력들도 경영에 참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코리아를 사들인 보고펀드(현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다. 버거킹은 두산그룹 계열사로 속했을 당시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다른 대형 경쟁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지점 수도 적었고, 경쟁업체에 비해 메뉴나 서비스 등에서 눈에 띄는 장점을 발굴하지 못해 실적도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러나 보고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고 베니건스와 미스터피자 등의 CEO를 지냈던 문영주 대표를 영입하는 등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면서 꾸준히 업계에서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5개에 불과했던 가맹점 수는 현재 21개로 늘었고, 전체 매장 수도 올해 200호점 돌파를 눈 앞에 둘 정도로 증가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버거킹은 과거 ‘와퍼’ 등 전통적인 일부 메뉴를 제외하고는 거의 신 메뉴를 내놓지 않았지만, 경영진 교체 후 매년 여러 종류의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며 “배달 서비스와 24시간 매장 운영 등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바꾼 점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PEF가 군침흘리는 외식업체 조건은?
PEF는 몇 년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만큼 모든 외식업체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같은 업종 내에서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가졌거나, 최소 몇 년간 후발주자의 추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수익 창출능력이 안정적인 업체가 PEF가 가장 군침을 흘리는 먹잇감이다.
지난달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공차코리아의 경우 국내 첫 버블티 전문브랜드라는 특성을 가진 업체다. 유니슨에 지분을 매각한 김여진 공차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만으로부터 공차 브랜드사업권을 인수해 국내에서 매장을 열었고, 때맞춰 국내에서 버블티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매장이 불과 2년여만에 200개를 넘어서면서 최근 추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버블티 업종 안에서는 경쟁업체가 없을 정도로 브랜드가치가 높다.
커피나 고깃집 등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안에서도 PEF의 관심을 받을만한 조건을 갖춘 업체들이 있다. 공차와 비슷한 시기에 매각된 쇠고기전문점 창고43은 다른 일반적인 식당과 달리 고기를 찢어서 먹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충성고객군을 갖춘 경우다. 추가 확장에 어려움을 겪다 매각됐지만, 여전히 여의도 본점을 포함한 5곳의 직영점은 꾸준히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PEF업계 관계자는 “창고43처럼 유명세에 비해 사업확장이나,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곳은 PEF에 인수되면 확실한 브랜드 가치를 무기로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며 “다른 주요 상권으로 매장을 늘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 지분 가치가 몇 년안에 크게 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