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50조, 연내 만기도래…가계부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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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전액의 약 14%에 달하는 여신 50조원이 연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국내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저금리 기조라도 고객자금 이탈을 막고 외화자산을 유치하려면 국고채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어 시중금리 역시 동반 상승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가계부채 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27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잔액은 총 359조1000억원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일시상환대출액은 49조1000억원으로, 비율로는 13.67%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가계대출에 판매신용까지 포함한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2013년 말 1000조원을 넘어섰다. 5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판매신용을 제외한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말 1002조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에는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 등 부실화된 가계부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LG경제연구원
◆ 가계부채 부실 표면화…예금은행, 대출증가세 주도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규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환부담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 표면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되는 올 하반기에 들어서는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는 고금리의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다”면서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미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면을 감안할 때 외국인 자금유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시중금리를 올리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예금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분기 2000억원 ▲2분기 8조3000억원 ▲3분기 12조3000억원 불어나 증가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에만 12조4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10조5000억원으로 은행 가계대출 증가분의 85%,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처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는 원인은 주택거래 증가 및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은행권에 비해 은행권에 낮게 설정됐던 LTV·DTI 비율이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 규제완화로 업권의 구분 없이 일괄 상향 조정되면서 은행대출이 확장될 여지가 커졌다는 게 그 근거다.
한은이 20여년간 주요 선진국 사례를 토대로 가계부채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난 주된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의 확대가 꼽혔다. 금융규제 완화와 주택관련 대출에 대한 세제 우대, 저금리 또한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 것으로 지목됐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빠르게 늘어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가계의 소비여력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대출태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은행주택담보대출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49조1000억원 규모의 일시상환대출로 인해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료=한국은행
◆ 생계형대출 ‘절반’ 넘어…기대에 못 미친 갈아타기
양적 팽창 못지않게 가계부채의 질적 수준도 악화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급증하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가계의 부족한 생계비 충당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업자금 등에 사용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의하면 지난해 8월과 9월 두 달 사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구입이 아닌 생계자금 목적 대출비중은 55.6%에 이른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중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채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풀어줌으로써 달성하고자 했던 주택시장 활성화 효과가 그만큼 반감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고금리의 비은행권 대출을 보다 낮은 이자의 저금리 은행대출로 바꿔주는 ‘가계의 제1금융 대출 갈아타기’는 당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이 무려 19조6000억원 치솟았으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기타대출로만 5조6000억원 늘어났다.
다시 말해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리스크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2금융권을 위주로 주택담보대출을 줄인 만큼 기타대출을 늘리는 ‘꼼수’를 부려 이자놀이가 여전한 것이다.
동시에 가계부채가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중위소득계층 및 고소득계층의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2배 정도 빨라진 반면, 저소득층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5배 넘게 가속화됐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자영업가구의 부채부담이 상대적으로 과중한 것으로 나타나 내수부양정책, 사회안전망 확충, 업종전환 유도 등 다양한 중장기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교육비 부담도 부채보유 확률 및 규모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므로 공교육 정상화 등 교육비 경감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정책당국은 폭증하는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여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과 비교할 때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빨랐던 상호금융을 대상으로 대출 심사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주택시장 활성화의 긍정적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다면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상반기 중으로 추정되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와 향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 여부가 변수지만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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