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4일 일요일

대법원2009도1746;한국슈넬제약.소송사기.명에훼손과언론자유.김주성23.




대법원2009도1746;한국슈넬제약.소송사기.명예훼손과언론자유.김주성23. 게시판

2010/03/14 13:34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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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과 언론자유

  • 작성일
  • : 2005-11-15

    아래 내용은 2004년 11월경 노대통령의 언론사 상대 소송제기와 재신임 발언에 즈음하여 명예훼손 소송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자료입니다(이헌 변호사).

    명예훼손과 언론자유


    최 근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명예훼손소송과 언론자유에 관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특히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사유의 하나로 자신의 국정수행에 보수언론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하여도 공직자인 대통령의 도덕성이나 업무처리의 정당성에 대한 언론의 자유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과거에는 언론자유와 관련된 명예훼손소송에 있어서는 형법 제310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법리만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변호사가 월간 잡지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대법원판결(1988. 10. 11.자 85다카29)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익사항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위 판결에서는 "(언론기관이)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이라고 믿었고, 또한 그렇게 믿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표현의 자유나 프라이버시권리에 관한 법리가 발달한 미국에서의 명예훼손 소송의 기본적인 법리인 현실적 악의의 법리에 비길만큼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드넓힌 획기적인 판례이다. 위 대법원 판례는 이후 우리나라 법원에서 제기되는 모든 명예훼손소송의 기본판례가 되었다[현실적 악의의 법리(actual malice rule: 원고가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하여서는 피고가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거나 허위인지 여부를 무분별하게 무시하고 사실을 공표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법리].

    초기에 언론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자는 주로 허위보도나 과장보도의 희생자가 된 일반인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 공인들, 특히 고위공직자가 언론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언론기관이나 법조계의 일각에서는 공인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략적 봉쇄소송(SLAPP: Strategic Lawsuits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에 대한 특별기각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입법의 도입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정부기관(입법, 사법, 행정) 등에 대한 비판은 민주제도의 핵심으로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기관, 대기업 등인 원고가 적법한 소송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피고에 대하여 거액의 변호사비용이나 징벌적 손해배상금 등의 경제적인 부담을 주려고 제기하는 소송을 억제하려는 입법이고, 이를 "SLAPP motion 제도라고도 한다.

    즉 이 제도는 공인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악용한 경우, 피고로 하여금 그 소송을 초기단계에서 기각시켜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한 특별절차이다. 그 특별절차에서 원고는 피고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피고가 허위의 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최소한 사실확인도 하지 아니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기각판결과 함께 특별절차에 소요되는 피고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므로, 정부기관 등으로 하여금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게 하였다.

    사례를 살펴보면, 한나라당 소속 이신범 전 국회의원이 자신이 한국국적을 포기하였다고 한 보도내용에 대하여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언론기관인 KBS와 KTE(KBS의 미국 자회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였던 사례가 있다.

    그런데 위 소송에서 이 전 의원은 위와 같은 SLAPP motion제도에 따라 명예훼손의 개연성(probability)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상대방의 변호사비용 등으로 미화 약 11만불을 배상하라는 내용으로 기각판결을 받은 바가 있다고 한다.

    사법제도나 현실이 다른 미국의 제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인들이 우리나라 법원에 자신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악용하여 제기한 경우에 대하여는 SLAPP motion제도에 나타난 법정신을 원용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 언론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본안사건으로 하는 가압류 신청이 있는 경우에, 그 가압류사건의 심문절차를 통하거나 가압류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에서 변론절차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심문절차나 변론절차를 통하여 피보전권리인 손해배상책임의 존재에 대한 소명부족 또는 가압류절차의 남용으로 보아 이를 기각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새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에서 당사자에게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규정과 민사법의 기본원리인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 금지의 법리에서 도출되는 소송상 권능의 남용금지 이론을 확대적용하여 그 소송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 민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소송절차의 촉진과 심리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재판장이 소장을 심사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구체적인 증거방법을 적어 내도록 하거나 서증의 등본 또는 사본을 제출하도록 명하게 한 제도를 두고 있다. 그리하여 위 제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그 명령에 따르지 못하는 경우에 소장을 각하하도록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송두율 교수가 황장엽씨를 상대로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사건과 관련하여 송교수를 소송사기죄로 고발하였던 사례처럼, 공인이 명예훼손 소송을 악용하여 제기하는 행위 자체에 대하여 소송사기의 미수죄로 고발하여 조기에 적극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명예훼손과 언론소송에 관하여, 대법원은 민변 등 시민단체가 한국논단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소송에서 대법원은 "공인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의혹제기에 있어서는 진실에 부합하는지 또는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에 대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1. 22. 2000다37524).

    또한 대법원은 대전법조비리사건의 보도와 관련하여 어느 검사가 문화방송과 담당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소송의 판결(대법원 2003. 7. 22. 2002다62494)에서, "공직자의 도덕성이나 업무처리의 정당성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언론의 자유는 보다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명예훼손과 언론소송에서 공인에 대한 비판의 허용 폭을 확대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우월한 것으로 보는 취지의 판결이 거듭되고 있고, 이는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즉 현재 대법원은,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언론기관의 보도가 의혹제기를 빙자한 비방이나 무책임한 보도가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리고 광고탄압이나 보도지침과 같이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언론탄압 사례에 비추어 공직자가 법원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나 언론 자유의 보장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하여 제기한 소송과 같이, 검찰조사에서 무혐의결정이 있었던 사안에 대하여, 대통령 자신이 언론을 통하여 모두 해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3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그 공직자가 제기한 소송이 진실의 규명이나 명예회복보다는 강변의 수단이나 거액의 금전 청구에 따른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꾀한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소송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권익을 보장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에 따르면 언론기관이 악의적으로 일부러 비방보도를 하지 아니하는 한, 대통령을 포함한 공인에 대한 언론보도는 더욱 넓게 그 언론의 자유가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소송은 결단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공인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기하는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제재를 내용으로 한 제도적 입법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처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재신임 국민투표 논란과 관련하여, 언론기관이 공직자인 대통령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고유한 기능인 감시와 비판기능을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의 발목잡기로 때문에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대법원에서 천명하는 언론의 자유에 관한 법리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언론 자유의 본질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정신에 반하는 주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신임 국민투표에 관한 논의나 그 결과에 나타나게 되는 국민의 선택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로 국민이 언론의 자유와 헌법정신을 지킬 것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결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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