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7일 수요일

23

“영자신문-TV 등 보며 닥치는 대로 공부”
세계 법정 누비는 김갑유변호사 … “영어 모르면 도태, 배워야 산다”

태평양 법무법인 김갑유변호사(사시26회)는 사법시험에 두 번 합격한 ‘악바리’다. 그는 영어도 ‘이를 악물고’ 배웠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의 법정을 누비는 스타변호사가 됐다.
김씨는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는 사법연수원행을 포기하고 이듬해 사법시험에 다시 응시해 합격했다. 첫 번째 시험에서 합격은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판사 임용을 받지 못할까 걱정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판사가 되겠다는 그의 목표는 그만큼 확고했다.
그러나 그는 로펌에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진로를 바꿨다. “우물 안 개구리와 같던 생각의 폭이 확 넓어지더군요.” 이렇게 해서 그는 88년 서울에 있는 한 로펌의 변호사가 됐다. 선배 변호사와 한 조가 돼 외국 의뢰인을 상대하던 그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쳤다. 선배가 출장을 간 새 그는 홍콩의 한 의뢰인으로부터 온 국제전화를 받았다. “당황스럽기도 했고 여하튼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 의뢰인은 변호사가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불성실하다며 회사측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대다수 변호사가 그러하듯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이 영어 밑천의 전부였다고 한다. 그는 영어를 못하면 아무리 법을 잘 알아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회사로 들어오는 모든 영문팩스를 번역하고 영문신문이나 TV를 보며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싱가포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 제약업체와 홍콩 회사간의 중재사건을 맡고 있다. 유려하고 위트 있는 영어 화술 덕에 국제 항공-해상 분야에선 최고 변호사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영어를 배우라”고 조언한다. “포화상태의 국내 송사시장에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영어를 잘해 국내외에서 변호사가 일할 새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게 훨씬 생산적이죠. 국익을 지키고 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댓글 없음: